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더운 여름, 줌바로 열심히 다이어트를 했던 직장인 A씨는 드디어 여름휴가를 떠나게 되었다. 이번 여름휴가는 특별히 해외여행을 가보자는 큰 결심을 하고, 많은 휴양지 중에 A씨가 결정한 곳은 세계적인 휴양지로 손꼽히는 필리핀의 중서부 파나이 섬(Panay province)의 북서쪽에 떠 있는 섬으로 마지막 남은 천국이라 불릴 만큼 때묻지 않은 자연을 지닌 휴양지인 “보라카이” 였다.
최근 보라카이는 섬의 환경정화를 위해 6개월간 폐쇄되었는데, 2018년 10월쯔음 재개장하면서 다시 돌아온 에메랄드빛 바다와 새하얀 비치를 기대하며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이런 저런 이슈들로 인해 주변사람들도 보라카이를 많이 다녀오는 것을 보고 호기심 반 부러움 반으로 휴양지를 결정했는지도 모른다.
비록 짧은 여행 일정이었지만 온통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섬인 보라카이를 즐기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지난 여름휴가를 추억하고, 잊지 않기 위해 직장인 A씨는 여행일기를 작성해보았다.
보라카이와 첫 만남
이른 새벽 비행기를 타고 4시간 30분 정도 비행 후 필리핀의 깔리보 공항에 도착하였다. 처음 비행기에서 내리고 마주한 깔리보 공항은 공항이라고 하기엔 시설이 매우 열악하고 지저분했다. “이거.. 버스터미널이라고 해도 의심스러운데 공항이라고?!” 공항 시설에 충격을 받고 있을 때 처음 동남아 날씨를 마주한 A씨는 생각보다 습하지 않고 적당히 뜨거우며 맑은 공기와 쾌청한 하늘에 보라카이 섬에서 즐길 휴가를 생각하며 다시 기분이 업되기 시작했다. 깔리보 공항에 내리면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둔 공항 픽업 서비스를 받고 보라카이 섬까지 이동한다.
깔리보 공항에서 배를 타는 항구까지 복잡한 필리핀 거리를 자동차로 2시간정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공항 픽업 서비스는 반드시 이용해야 편안한 여행의 시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2시간 동안 차창 밖으로 필리핀 현지인들의 삶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고, 한국과는 너무 다른 이국적인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까띠끌란 항구에 도착하면 보라카이에 들어가는 작은 배를 타게 되는데, 이때부터 차원이 다른 바다 빛을 보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한다. 말로만 듣던 에메랄드 빛 바다를 직접 마주하니 제대로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을 기대가 더욱 커진다.
보라카이 섬에서 배에서 내린 후 첫날은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A씨가 직접 골라 예약한 호텔에 도착 후 바로 앞에 위치한 보라카이의 대표적인 해변인 “화이트 비치”에서 뜨거운 햇살과 바다를 즐기며 휴식하기로 한다. 생각보다 보라카이 오는 여정은 길고 힘들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에메랄드 바다와 아름다운 석양이 지는 것을 바라보며 A씨는 보라카이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수 없이 반복하였다. 해가 다 지고나서 보라카이의 가장 번화가인 “디몰” 구경을 나갔다. “디몰”은 각종 레스토랑과 마사지샵, 기념품샵 등 상가들이 밀집되어 있는 메인 스트리트이다. 첫 여행일정의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 발마사지를 받고 맛있는 망고 아이스크림과 식사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보라카이의 꽃 호핑투어
화이트비치가 바로 내다 보이는 호텔 조식 레스토랑에서 다이어트를 잊고 마음껏 배터지게 아침식사를 하였다. 특히 오늘은 호핑투어를 떠나는 일정이 있음으로 더욱 든든하게 먹기 위해 여러 번 접시를 가득 채웠다.
보라카이 오면 꼭 해야한다는 “호핑투어”! , A씨는 여행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추천받은 호핑투어 업체를 미리 예약하고 결제까지 하고 왔기 때문에 미리 전달받은 일정에 맞추어 호핑투어 모임 장소로 나가서 투어를 즐기기만 하면 되었다.
호핑투어란, 배를 타고 스노쿨링하기 적합한 깊은 바다로 나가 오전부터 저녁 6시까지 바다 한가운데에서 해양 액티비티를 즐기는 투어이다. 25명정도의 한국 관광객들이 한 팀이 되어 바다에 나가서 물놀이를 즐긴다. A씨는 물에 대한 공포증이 있었지만 친절한 현지 가이드들과 믿음직한 안전장비들을 이용하여 깊은 바다속을 헤엄치는 것에 금방 익숙해졌다. 바다 속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신기한 물고기들과 수족관을 가야만 볼 수 있던 니모들이 많았다. 알록달록 예쁜 불가사리들과 산호들을 구경하느라 멀미가 나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다를 헤엄치고 다녔다. 물놀이하느라 출출해질 때쯤, 보드카와 맥주 맛있는 음식과 과일들이 제공되어 모두 모여 즐겁게 식사를 즐겼다. A씨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즐기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한참을 놀다보니 벌써 해가질 때가 되었다. 배에선 로맨틱한 음악을 틀어주었고, 모두 배 옥상에 올라가서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휴식하였다. 이렇게 호핑 투어 일정을 저녁 6시가 넘어서야 마무리 하였다. 저녁이 다되서 호텔에 도착하였더니 노곤해진 몸을 풀기 위해 시원한 전신 아로마 마사지를 받았다. 이대로 하루를 마무리 하기 아쉬웠던 A씨는 마트에서 맥주를 잔뜩 사와서 하와이안 피자와 함께 밤새 피맥파티로 둘째 날을 마무리 하였다.
보라카이 3일째, A씨는 오늘 하루는 신선처럼 여유를 즐기리라 마음먹고 아무 일정도 예약하지 않았다. 오전 내내 호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호텔 바로 앞 화이트비치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온종일 물놀이를 하며 보냈다. 그러다 해변에서 미용실처럼 자리를 잡고 머리를 하는 사람들을 발견했다.보라카이 와서 이색 체험을 해보고 싶었던 A씨는 그 것이 보라카이 현지스타일로 머리땋기 헤어스타일링을 받는 것이란걸 알고 기꺼이 300페소를 지불하였다 (페소는 필리핀 화폐로, 1페소 = 23원 정도이다.)
현지 미용사(?) 분께서 엄청난 전문가의 손길로 순식간에 정갈한 머리땋기를 시전해주셨다. 시원하게 머리를 땋아 올리고, 본격적으로 해수욕과 태닝을 즐기며 마지막날 물놀이를 마무리하였다. 머리땋기 덕분에 두피까지 모두 뜨거운 햇볕에 타버린 것은 속상했지만 타버린 피부의 고통을 잊어버릴 만큼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든 여름휴가였다.
A씨는 맑고 투명한 보라카이 바다를 바라보며, 반드시 다시 돌아오리라 마음을 먹었다.
한국 돌아가면 직장생활 열심히 해서 다시 돈을 모아 해외여행 나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A씨는 아쉬움 가득 안고 여행을 마무리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