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의 가야금 이야기Hi Story, Vol.01, No.03 2019/12

지난 달 유난히 실적보고에 지쳐있던 어느 퇴근시간이었다.
A씨는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를 SNS에 올린 보라카이
휴가사진을 보며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그때, 사진들을 보다 유독 눈에 들어온 한 장의 사진.
그것은 보라카이로 가기위해 탑승수속을 기다리며 봤던 공항상설무대의 국악연사진이었다. ‘나도 악기 하나 배워볼까...’ 검색창에 국악학원을 검색해보니 회사 근처에 가야금학원이 있었다.
‘그래, 나도 어릴 때부터 가야금을 한번 해보고 싶긴 했지...’

검색 후 방문까지는 한 달이 걸렸다. 그곳은 왠지 어르신이나 아이들만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전화로 문의했을 때 젊고 친절한 선생님의 목소리에 용기 내어 찾아가본 학원은 예상외로 아늑하고 뭔가 멋있어 보였다.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체험수업을 한번 해 볼 수 있단 말에 악기를 잡고 앉았다. 악기는 보기보다 가벼웠다. 가야금은 12줄짜리 외에도 18줄, 25줄, 덩치가 큰 가야금 등 여러 종류가 있었다. 가야국의 가실왕이 만들었다 해서 가야금이라고 이름이 붙은 가야금 12줄을 쓱 긁어보았다. 예전 만화에서 선녀가 등장할 때 나오는 그 음악이 손끝에서 울려났다. 대충 건드려만 봤을 뿐인데도 소리가 참 예쁘다. 가야금은 오동나무로 몸통을 만들고, 명주실을 꼬아서 현을 만들고, 안족이나 현침 등 모든 악기부품이 다 자연재료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을 들으니 음색이 이리도 편안하고 아름다운 이유를 알겠다. 첫날 기념으로 찍어주신 사진과 동영상을 SNS에 올리니 지인들의 반응이 꽤 괜찮다 흐흐..

바로 수강등록을 하고 가야금을 배운지도 벌써 세 달째다. 이제 슬슬 민요를 익혀가는 재미에 금요일밤은 항상 가야금과 함께 한다. 처음 한 달은 손이 아플꺼라는 선생님 말씀에 밴드 붙여가며 연습했더니 이젠 아프지 않다. 초등학교 이후론 악보를 본 기억이 거의 없는 A지만 선생님의 지도에 따르다보면 어느새 악보가 눈에 들어온다. 굳이 내 연주가 훌륭하지 않더라도 뜯는 그 순간이 힐링이 되고 즐거우니 매 시간이 참 재밌다. 가야금은 연주하는 사람이 가장 예쁜 소리를 듣는다 하니 나만을 위한 악기가 맞는 듯하다. 쉬는 시간에 가끔 들려주시는 선생님의 가야금소리를 들으면, A도 빨리 실력이 늘어서 좋아하는 OST를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야금으로 연주할 수 있는 장르가 예상외로 많다. 같은 시간에 마주치는 다른 직장인들과 같은 곡을 배워서 함께 연주하고, 또 수다 떨며 오롯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A의 새로운 불금이 되었다. 선생님께선 학원에 악기로 충분히 익히고 악기구매를 권하시지만, 성격 급한 A씨는 빨리 집에 악기를 하나 구매해서 맘껏 셀카도 찍고 지인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보너스날이 기다려진다....

가야금 이야기

안족 [雁足]
거문고나 가야금 등의 악기의 줄을 떠받치는 받침대. 주(柱)와 비슷하다. 안족은 그 모양이 마치 기러기의 발과 같다 하여 붙여진 한자어로서 한글로는 ‘기러기발’이라고 풀어 쓰기도 한다.
가야금의 줄(현)
가야금의 줄은 누에고치에서 뽑은 명주실(비단실)을 꼬아 만든다. 줄의 소재가 주로 명주실이라는 점은 동아시아(몽골 제외) 전통 현악기들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명주실 출처 smartstore.naver.com/zejebabe

청아가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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